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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 LITERACY · ESSAY

죽음에도 준비할 권리가 있다

2026년 국정감사가 던진 질문들

우리는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을까.

평소에는 잘 꺼내지 않는 질문이지만 언젠가는 누구나 마주하게 된다. 죽음은 개인의 일이지만, 그 마지막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의료와 돌봄, 복지와 장례, 지역사회가 깊이 연결되어 있다.

2026년 국정감사에서도 죽음과 관련된 여러 문제가 등장했다. 집에서 임종하고 싶어도 그러기 어려운 현실, 복지서비스를 받고 있으면서도 발견되지 못한 고립과 죽음, 무연고 사망자의 증가와 공영장례의 지역 격차 등이 그것이다.

우리 사회는 한 사람의 삶뿐 아니라 삶의 마지막까지 충분히 준비하고 있을까.

10월 7일 남인순 국회의원은 자택임종의 어려움을 제기했다. 2024년 통합돌봄 시범사업 대상자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8.1%가 집에서 임종하기를 희망했다. 요양시설을 선택한 사람은 11.0%, 병원 등 의료기관을 선택한 사람은 6.1%였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2025년 사망통계에 따르면 65~84세 노인의 81.4%가 의료기관에서 사망했고, 집에서 사망한 비율은 12.7%에 불과했다. 85세 이상에서도 의료기관 사망 비율은 73.2%, 자택 사망 비율은 13.2%였다. 서로 다른 집단의 조사이므로 희망과 실현의 비율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원하는 마지막과 실제 죽음을 맞이하는 장소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집에서 임종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돌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임종기에 방문할 의료진과 24시간 대응체계가 필요하고, 사망 확인과 장례로 이어지는 절차도 마련되어야 한다. 국정감사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해 가족들이 결국 병원을 선택하게 되는 현실이 지적됐다.

우리는 그동안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갈 권리'를 이야기해 왔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삶을 마무리할 권리도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같은 날 서미화 국회의원은 장애인 가족의 '동거 고독사' 문제를 제기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어머니와 두 아들이 함께 살던 가정에서 장남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이 가족은 기초생활보장 급여와 장애인연금 등을 받고 있었으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연 2회 모니터링 대상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기를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

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6년 7월 기준, 고독사위기대응시스템에 구체적인 정보가 입력된 위험자 4만 3,858명 가운데 장애인은 3만 3,491명으로 76.4%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장애인의 고독사 발생률이 아니라 시스템에 등록된 위험자 중 장애인의 비중이다. 그럼에도 장애와 사회적 고립의 관계를 면밀하게 살펴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수치다.

가족과 함께 산다고 해서 고립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복지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서 돌봄의 공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도에 등록되어 있는지가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필요한 돌봄과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죽음 이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권칠승 국회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지원 건수는 2021년 864건에서 2025년 1,496건으로 증가했다. 인천에서는 같은 기간 99건에서 488건으로 약 5배 늘었다.

공영장례는 가족이 없거나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사람의 마지막을 공공이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지원 수준은 지역마다 다르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와 제주도는 무연고 사망자 1인당 최대 160만 원을 지원하는 반면, 인천은 최대 80만 원을 실비로 지원한다. 지원 항목과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화장시설 부족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회입법조사처의 2026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2025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화장한 사례는 8만 9,882건에 달했다. 전국 화장시설은 2020년 60개소에서 2026년 62개소로 2개 늘어나는 데 그쳤고, 관내 화장시설이 없는 지방자치단체는 85곳이었다.

국회입법조사처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 사회·문화 분야 보고서 표지
국회입법조사처 「2026 국정감사 이슈 분석: 정부가 답해야 할 올해의 질문 Ⅳ — 사회·문화 분야」 표지

한 사람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일에도 사는 지역과 이용 가능한 자원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과연 개인과 가족의 책임만으로 충분한가.

올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도 개선을 권고하면서 개인별지원계획에 임종기 돌봄, 호스피스 이용 가능성, 연명의료결정 지원, 가족과 유족의 심리·정서적 지원까지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는 연명의료 유보·중단 결정을 더 이른 말기 단계부터 가능하게 하는 방안과 환자가 미리 지정한 대리인을 통한 의사확인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국정감사 질의와 별도로 진행 중인 정책 과제이지만, 죽음준비가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을 넘어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죽음준비라고 하면 유언장을 쓰거나 장례를 미리 정하는 일을 떠올린다. 그러나 죽음준비에는 더 많은 것이 포함된다. 어떤 돌봄을 받고 싶은지 이야기하고, 필요한 의료정보를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뒤 삶을 이어가는 일도 모두 죽음준비의 일부다.

이처럼 죽음과 관련된 지식과 기술, 경험과 관계를 갖추고 활용하는 능력을 '죽음문해력(Death Literacy)'이라고 한다.

죽음문해력은 개인의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누구나 죽음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환경, 이해하기 쉬운 정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과 지역사회의 자원까지 함께 필요하다. 특히 장애가 있거나 의사소통에 지원이 필요한 사람,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망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이러한 사회적 지원이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죽음을 잘 준비하고 싶어도 이를 실현할 제도와 자원이 없다면 선택에는 한계가 생긴다. 반대로 제도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어도 시민이 이를 알지 못하거나 이용할 방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역시 선택하기 어렵다.

죽음준비에는 개인의 역량과 사회의 준비가 함께 필요하다.

죽음문해력커넥트는 바로 이 지점에 관심을 두고 있다. 누구나 죽음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필요한 정보와 사람을 만나며, 자신의 마지막을 주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2026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단순한 지적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누구나 원하는 곳에서 적절한 돌봄을 받고, 가족의 유무와 관계없이 존엄한 마지막을 맞이하며,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죽음 그 자체만이 아니다.

누구도 삶의 마지막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의 역량이다.

이 글은 2026년 10월 12일까지 공개된 국정감사 질의, 국감 관련 자료 및 별도 정책 논의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주요 참고자료 · 남인순 의원 국정감사 보도자료(2026.10.7), 서미화 의원 국정감사 질의(2026.10.7), 권칠승 의원 공영장례 현황자료(2026.9), 국회입법조사처 국정감사 이슈 분석(2026), 국가인권위원회 통합돌봄 제도개선 권고(2026.8),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연명의료결정제도 개선 논의(2026.8).
죽음문해력커넥트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AFA) 15기 프로젝트팀
죽음문해력커넥트

죽음문해력커넥트는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AFA) 15기의 프로젝트팀으로, 비영리재단·기업재단·재단법인·직업사관학교·소셜벤처 등에서 일하는 6명이 모여 "죽음을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정보를 연결한다"는 방향으로 활동합니다. 한국형 죽음문해력 지수(DLI/K) 개발, 3040 죽음문해력 아카데미, 유언장 쓰기 클래스, 죽음문해력 축제 「데스티벌」 등을 운영하며 죽음을 일상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