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죽음'?
하하! 가볍게 들어봐!
우리는 언제부터 '죽음'이라는 단어를 이토록 쉬쉬하며 살아왔을까. 생의 마지막 순간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찾아오는 가장 확실한 미래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에서 죽음은 비밀이자 터부처럼 다루어진다. 상실의 슬픔은 은밀한 방 안에서 혼자 견뎌야 하는 고통으로 치부된다. 장례식장의 죽음도 건조한 행정 절차와 형식적 애도로 소비될 뿐, '내 삶을 어떻게 멋지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유쾌한 고민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아산 프론티어 아카데미(AFA) 15기 과정 속에서 만난 우리 6명의 동료 — 비영리재단, 기업재단, 직업사관학교, 소셜벤처 등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의 결을 다듬어오던 이들이 모여 만든 '죽음문해력커넥트(Death Literacy Connect)'는 바로 이 침묵의 방에 시원하게 문을 내는 일에서 출발했다. 호주의 'Dying to Know Day'나 세계적인 웰다잉 활동들을 들여다보며 우리가 얻은 깨달음은 명확했다. 죽음을 가리고, 숨기는 것은 건강하지 않은 방법이란 사실이다.
나 역시 그랬다. 40대 중반이란 나이를 마주한 나는 어린 아이와 70대의 부모님 사이에서 '죽음'이란 주제로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결혼식장보다 장례식장을 찾는 일이 더 잦아진 나이가 되어서야,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나의 엄마의 죽음에 대해 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내 아이를 위해 나의 죽음도 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다 할 수 있는 일일까? 죽음과 관련한 여러 질문을 내 삶의 투두리스트에서 가장 후순위에 두고 지내왔다.
우리가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죽음, 얘기한다고 큰일 나요? 왜 우리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가장 숨기고 살아갈까요?" 죽음문해력커넥트는 죽음을 금기의 영역에서 끌어내어 누구나 일상에서 유쾌하게 나누고, 주체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적 언어를 구축하고자 한다.
데스(Death)롭지 않은 축제: 3040세대와 생태계를 잇는 커넥트(Connect)
이번 10월 23일부터 24일까지 개최되는 《2026 데스티벌 - 데스(Death)롭지 않은 이야기》는 이러한 기획 의도가 가장 집약된 무대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지식 전달형 세미나에 머물지 않는다. 죽음을 매개로 파편화되어 있던 국내외 웰다잉·돌봄·임종·사별 관련 창작자와 실무자, 그리고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허브'를 지향한다.
10월 23일 온라인으로 문을 여는 '데스 커넥터즈 토크(Death Connectors Talk)'는 왜 지금 우리 사회에 '죽음문해력(Death Literacy)'이 절대적으로 필요한지 학술적·실천적 언어로 풀어낸다. 유은실 자문위원장의 오프닝을 시작으로, 호주의 라트로브 대학 이소라 교수의 죽음문해력의 언어를 탐구하는 세션과 한국형 죽음문해력 지수(DLI/K)의 방향성, 그리고 죽음과 돌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촘촘히 엮인다.
이어지는 10월 24일 오프라인 행사 '다이브 인 데스(Dive in Death)'는 서울 종로구 서촌의 고즈넉한 한옥 공간 '북성재'에서 펼쳐진다. 이곳에서 죽음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한 유쾌한 놀이이자 축제가 된다.
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나만의 관을 직접 알록달록하게 꾸며보는 '관꾸(관 꾸미기)'부터, 슬픈 표정 대신 내가 가장 기억하고 싶은 가장 환하고 아름다운 미소로 마지막 기억을 남기는 '데스 네컷', 그리고 아이와 어른이 함께 모여 죽음을 동화적 상상력과 따뜻한 동화책 큐레이션으로 다정하게 마주하는 '엄마, 죽는 게 뭐야?'를 준비했다. 또한 'One Last BGM'을 통해 내 장례식 마지막 길에 울려 퍼질 나만의 인생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며 삶의 취향을 근사하게 완성해 볼 수도 있다.
북콘서트에서는 《혼자 죽는 사회》의 저자 송인주 박사와 함께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돌봄과 이별의 자세를 깊이 있게 나누고, 이어지는 이성준 플루티스트의 감미로운 라이브 연주가 가을밤의 감동을 따뜻하게 물들일 것이다.
기획자로서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깊이 몰두한 지점은 '톤앤매너'의 정립이었다. 공익적 메시지가 지닌 자칫 무겁고 어려운 문제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유머를 잊지 말자는 원칙을 세웠다. 친구, 동료, 가족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들이 차 안에서 나누는 담담한 대화처럼, 죽음은 일상의 언어로 우리 곁에 스며들어야 한다.
웹사이트(death-literacy-connect.kr)를 통해 제공되는 '죽BTI'는 이러한 대중적 접점을 넓히기 위한 친근한 시도이다. 10개의 문항을 통해 나의 죽음문해력 유형을 가볍게 진단해 보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사후 준비 상태와 삶의 가치관을 돌아보게 된다. 뒤이어 준비 중인 'DLI/K(한국형 죽음문해력 지수)'와 6인의 팀원이 진솔하게 써 내려간 '커넥터의 죽음 에세이'는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깊은 뿌리를 내리는 지속 가능한 사회적 인프라가 되도록 돕는 든든한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잘 사는 것(Well-being)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잘 살기 위해서는, 나의 생이 언젠가 마침점을 찍는다는 사실을 온전히 직시하고 수용하는 힘, 즉 잘 죽을 수 있는 용기(Well-dying & Death Literacy)가 전제되어야 한다.
무거운 죽음? 하하! 이제 가볍고 유쾌하게 이야기해 보자. 이번 프로젝트가 서울 종로구 서촌의 한옥에서, 그리고 전국 각지의 수많은 일상 속으로 뻗어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죽음을 향한 차가운 침묵을 거두어내고, "죽음 따위 데스롭지 않아! 우리 오늘을 더 뜨겁게 사랑하자"며 서로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을 수 있는 따뜻한 온기가 퍼져 나가길.